가을 환영사

 

 

 

가을 환영사

 

-羊角 진범석-

 

여름이 자리 비켜주지 않아서
빙빙 돌기만 하는 것 같더니
이제는 내려와 자리 잡았으니
가을이 실력 좀 발휘해 주소

 

아기들 땀띠도 들어가게 해주고
잠에서 깨어날 때 울지 않고
방긋이 웃으며
엄마하고 부르게 해주소

 

달린 열매들 서리 내리기 전에
통통 영글게 해주고
태풍일랑 까불지 못하게
다독이며 그러지 말라고 해주소

 

대지의 수목들
얼른 색동옷 입고 싶다는데
옷고름 다 달았으면
새 옷 갖추어 입고 춤추게 해주오

 

그렇게 하면
가을이 너는 훌륭해 참 잘했어
조물주께서도
자네를 칭찬해 주실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