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중한 (애주가의 변)
내 어찌 이 한잔 술을 마다하리오
하늘이 술을 내리니 천주(天酒)요
땅이 술을 권하니 지주(地酒)라
내가 술을 좋아하고 술 또한 나를 졸졸 따르니
내 어찌 이 한잔 술을 마다하리오
그러하니 오늘밤 이 한 잔 술은
지천명주 (地天命酒)로 알고 마시노라
물같이 생긴 것이 물도 아닌 것이
나를 울리고 웃게 하는 요물이로구나
한숨 베인 한 잔 술이 목줄기를 적실때
내안에 요동치는 슬픔 토해 내고
이슬 맺힌 두 잔 술로 심장을 뜨겁게 하니
가슴속에 작은 연못을 이루어놓네
석잔 술을 가슴 깊이 부어
그리움의 연못에 사랑하는 그대를 가두어 놓으리라
내가 술을 싫다하니 술이 나를 붙잡고
술이 나를 싫다하니 내가 술을 붙잡는구나
술아! 술아! 술아! / 김성환